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주요 연구기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한국 금융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글로벌리서치, KB경영연구소, 우리금융연구소 등 7개 기관의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질적 성장을 견인할 금융의 능동적 참여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영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금융기관들이 생산성 높은 분야를 발굴해 자본을 공급하는 경제 순환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도 제시됐다. 이 원장은 기업의 창업부터 성장,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각 발전 단계에 특화된 맞춤형 자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차원에서도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의 위험 성향과 수용 능력을 고려해 부동산 편중 자금이 혁신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금융업계의 대응 전략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가계 자산의 64%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은퇴 후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주택연금이나 신탁 상품을 통한 자산 현금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주택과 리츠를 연계한 사업 모델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사회 복지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한 연구기관 책임자들도 금융 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항용 금융연구원장은 인구 감소와 기후변화, 지역 소멸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부동산 위주 금융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며, 금융기관의 경쟁력과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경제 성장 동력 확충과 코리아 프리미엄 구현을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법제 현대화 등 자본시장 전반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험자본 생태계 확산과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기업 지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보험회사를 비롯한 장기 기관투자자의 기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며,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장기투자시장 조성과 관련 규제 재검토를 요구했다. 자본규제 시 장기투자 인센티브 강화와 사전적 직접 규제에서 사후적 위험관리 중심으로의 전환 등이 구체적 예시로 거론됐다.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AI 등 혁신기술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형 벤처캐피털 활성화와 위험가중자산 가중치 조정을 제안했다. 각종 연금 세제 혜택 확대와 액티브 시니어 증가에 따른 실버산업 활성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은 세제 혜택을 통한 은퇴금융 강화로 노후 빈곤 문제 해소와 신탁제도 활용을 통한 고령층 자산 활용 및 세대 간 이전 활성화를 강조했다. 금융 영역을 연관 분야로 확장해 고령층의 건강관리와 돌봄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정훈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이사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축적된 은퇴자금 등 금융자원이 미래 경제 발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 전략산업과 벤처혁신 부문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신동 KB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민은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증식,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은행 대출과 자본시장 조달을 선택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기관 지원, 그리고 금융기관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상호 연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