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 14년래 최고치

2025.09.25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 14년래 최고치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영업수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변제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작년 말 기준 17.1%를 기록하며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3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으로 정의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18.0%로 대기업(13.7%)보다 4.3%포인트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계상황을 지속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3년 이상 한계상태에 머물러 있는 기업 비중이 전년 36.5%에서 작년 44.8%로 8.3%포인트 급등했다. 반대로 한계기업에서 정상 경영상태로 복귀하는 기업 비중은 16.3%에서 12.8%로 감소해 회복 가능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업종별 분석에서는 부동산업이 39.4%로 가장 높은 한계기업 비중을 보였으며, 숙박음식업도 28.8%로 뒤를 이었다.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와 내수경기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20.8%), 전기전자(15.4%), 건설업(11.7%) 등 대부분 산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볼 때 석유화학 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전년 3.5%에서 14.0%로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한 석유화학 업계의 금융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부실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출 성장률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이거나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고위험 한계기업은 기업 수 기준으로 7.0%,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8.5%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포인트, 2.7%포인트씩 증가한 수치다.

금융안정 상황 점검을 담당한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경기적·구조적 업황 악화가 계속되는 업종의 기업 부실 확산으로 관련 여신 비중이 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금융기관들이 석유화학 업계 지원을 위한 자율협의회 구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주도로 30일 첫 공식 회의를 개최해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기업과 대주주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금리 인하, 상환기한 연장, 신규 여신 등 포괄적 금융지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전반적 기업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한 것은 경기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기존 한계기업 집중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 지속과 함께 취약 업종별 차별화된 전략 모색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