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량공세 대 미국 기술력, 휴머노이드 시장 패권 경쟁 속 배터리 업계 새 전기 모색

2025.09.14
중국 물량공세 대 미국 기술력, 휴머노이드 시장 패권 경쟁 속 배터리 업계 새 전기 모색

인간의 신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가 글로벌 기술 경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산업용 기계나 청소 로봇과 달리 인간 환경에 특화된 설계로 더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독일 국제 가전 박람회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돋보였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이 중국에 배치되고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연평균 23%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로봇 시장의 위력이 확인됐다. 특히 수십 대의 로봇이 동시에 춤을 추는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한 제어 기술과 균형 감각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중국이 급속히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선도 업체 유니트리는 7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부스터 T1, 유비테크 S2 등 중국 로봇들은 뛰어난 기계적 완성도와 대량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집중 투자와 기업들의 과감한 실행력이 이런 성과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미국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 옵티머스 휴머노이드가 기업 가치의 80%를 차지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처럼 인력의 80%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메타와 엔비디아 등도 각각 새로운 기회를 찾아 로봇 분야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K-휴머노이드 연합을 구성해 2030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LG와 현대의 로봇 사업 확장 등 민관이 합동으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연구기관과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기업들이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

휴머노이드의 상용화는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와는 완전히 다른 요구사항 때문이다. 로봇용 2차전지는 더 가볍고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컵을 집는 동작에서 갑작스런 전력 증가가 필요하고, 동시에 학습 데이터 처리를 위한 연산 능력도 뒷받침해야 한다.

현재 4680 규격의 원통형 소형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지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실용화되면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옵티머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현대·기아와 협력해 로봇 전용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는 위험한 산업 현장, 고온·고압 환경, 돌봄 서비스, 군사 분야 등에서 먼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많아질수록 안전성과 보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중국 연구팀의 실험에서 로봇이 수학 문제를 실패하는 과정을 관찰한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가 향상됐고, 미국 연구에서는 로봇을 대상으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불안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과 시뮬레이션 간 격차, 데이터 부족, 안정성 문제 등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전통적인 로봇공학 원리와 인공지능 기술이 상호 보완할 때 진정한 실용적 휴머노이드가 탄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