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들이 앞으로 금융권 전반에서 광범위한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관계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대출·보험·정책금융·자본시장 등 전 금융부문을 아우르는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중대재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대와 행정·사법 조치 강화로 해당 기업의 영업활동과 투자수익률이 과거와 다르게 크게 변할 수 있다며, 건전성 유지를 위한 위험관리 및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우선 여신심사 시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및 등급조정 요소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는 내부통제시스템이나 노사협력관계 등을 정성적 요소로 평가하는 수준이었으나, 향후 중대재해 관련 데이터가 충분히 누적되면 영업·경영위험 배점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기업의 마이너스통장에 해당하는 한도성 여신약정에서도 신용상태 하락이나 수사 개시, 법적 분쟁 발생 시 감액·정지 요건을 전 은행권으로 확대 적용한다.
주택금융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심사도 강화된다. 기존 일률적 5점 감점에서 벗어나 위법행위 수준에 따라 5~10점 차등 감점을 적용하며, 심각하거나 반복적인 경우 평가등급 하향과 보증 제한 조치도 가능해진다. 감점 정도에 따른 가산 보증료율도 새롭게 도입되는 반면, 안전관리 우수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료율은 확대된다.
보험료 산정에서도 중대재해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3년 내 중대재해 사고 발생 및 동일유형 사고 반복 여부 등을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건설공사보험,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등의 할인·할증 요소로 반영해 최대 15%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 반대로 산업재해 예방 우수기업이나 안전성 공인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5~10%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공시 규정이 대폭 강화된다. 상장회사는 중대재해 발생 시 현황과 대응조치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당일 거래소에 즉시 공시해야 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법원 판결 결과도 확인 당일 공시가 의무화된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 정기공시에도 해당 기간 발생한 중대재해 현황과 대응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ESG 평가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사실의 반영이 의무화되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결정 시 중대재해 여부를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와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예정이다. 이는 중대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책금융기관들은 안전 관련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한다. 산업은행은 안전설비 신규투자 기업에 금리우대를,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산업안전경영 우수기업에 금리·한도·보증료 우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대재해 관련 금융위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건전성 관리 강화와 중대재해 예방 우대조치를 병행하는 양방향 접근을 추진할 것"이라며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