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으나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투쟁 동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크레인 점거 농성과 함께 시작된 이번 파업은 참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예상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업 동참률은 회사 측 집계로는 300~400명(4.65~6.1%), 노조 측 계산으로도 500여명(7.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2019년 파업 당시 수천 명이 동참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당초 예정되었던 서울 GRC센터로의 상경 시위도 결국 무산되었다.
조합원들 간의 입장 차이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게시판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기업을 상대로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가"라며 "100여명 남짓한 집회에서 임금 문제는 뒷전이고 정치적 색깔만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강경 투쟁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여성 근로자 폭행 사건에 대한 회사 측의 미온적 대응을 문제 삼으며 "어떤 형태든 폭력 행위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 1만5000원인 파업 참가 기여금을 3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7월 회사 측이 제시한 조건은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 성과급 지급 등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6193명의 투표 결과 3949명(63.8%)이 반대하면서 합의안이 무산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손실만 가져다줄 뿐"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노사가 대화로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대학교병원에서도 노조가 17일 개원 이후 최초의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는 지난 12일 노동위원회 조정 회의가 결렬된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앞서 실시한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1312명 중 900명이 참여해 845명(93.9%)이 찬성함에 따라 파업을 확정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의료 공공성 강화, 인력 증원을 통한 환자 안전 확보, 통상임금의 총인건비 제외, 근속 승진 연수 개선, 저임금 협력업체 직원들의 임금체계 개선 등이다.
강원대병원 노조는 "만성적 인력 부족과 저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이라는 이유로 각종 공공기관 규제에 묶여 노동권을 제약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지난해 말 기준 3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9억원 증가한 경영난을 이유로 요구 수용의 어려움을 표명하고 있다.
이요한 강원대병원분회장은 "정부와 병원의 잘못된 경영 방침으로 지역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했고, 전공의 사태 이후 계속되는 희생 강요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최종 수단을 선택했다"며 "신속한 해결을 통해 지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 노조는 17일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과 함께 공동 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진은 업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22일과 29일에도 추가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