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제 중이던 40대 여성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거액을 이체한 5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면치 못했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17일 강도·상해·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죄목으로 1심에서 4년형을 받은 53세 남성과 검찰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해 3월 15일 오후 4시경 광주 광산구 소재 호텔에서 연인관계였던 피해 여성에게 향정신성 약물인 졸피뎀을 섞은 초콜릿을 건넸다. 피해자가 이를 섭취한 후 의식을 잃자, 가해자는 그녀의 지문을 활용해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했다.
가해자는 휴대폰 메시지 내용을 불법 확인한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른 이성과 소통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에 격분한 그는 잠든 여성의 지문으로 모바일 뱅킹 앱에 접속해 총 5회에 걸쳐 1천5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송금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 우연히 여자친구가 타인과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불륜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가 사용한 졸피뎀은 본인이 의료기관에서 정식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품이었다.
1심 법정은 "연인 사이라는 이유로 향정신성 약품을 이용해 상대방을 기절시키고 지문으로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행위는 일반적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심각한 범죄"라며 "극도로 악질적인 행동으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2심 법원 역시 "피고인은 과거 다수의 전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면서도 "강도행위가 정교하게 사전 기획된 것은 아니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 등을 감안할 때 1심 판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