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창업자 아들,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넷플릭스 견제하나

2025.09.15
오라클 창업자 아들,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넷플릭스 견제하나

오라클 창업자이자 전 세계 2위 부호 래리 엘리슨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42)이 글로벌 스트리밍 강자 넷플릭스에 맞설 거대 엔터테인먼트 제국 건설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이 운영하는 스카이댄스는 지난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80억 달러 규모로 성공적으로 인수한 데 이어, 이제 워너브러더스를 차기 타깃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전설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결합할 경우 현재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하는 넷플릭스에 대한 최초의 실질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제작에 열정을 가진 데이비드 엘리슨은 2009년 스카이댄스를 창립한 이후 '미션 임파서블' 연작과 '탑건: 매버릭',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등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을 제작하며 할리우드 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파라마운트 인수를 통해 CBS, MTV, 니켈로디언, 쇼타임 등 다양한 방송 채널과 계열사를 확보한 상황에서, 시장가치가 두 배 이상 큰 워너브러더스까지 흡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만약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성사된다면, 새로 탄생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러더스 제작사와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 HBO, DC 스튜디오, 뉴스 채널 CNN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미디어 복합체가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견줄 만한 막강한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번스틴의 분석가 로런트 윤은 "데이비드 엘리슨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를 모두 손에 넣는다면 확실히 업계 거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시카 리프 얼리크 분석가는 양사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파라마운트+' 서비스와 'HBO맥스'가 통합될 경우 스트리밍 영역에서 매우 위협적인 경쟁업체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광범위한 독점 콘텐츠 카탈로그와 이중 스트리밍 서비스 체계는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지배력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환경도 인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래리 엘리슨이 오랜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진 상황에서 현 행정부가 공화당 정권이라는 점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라면 언론사 통합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논란거리가 됐을 CBC와 CNN의 단일 기업 소속화도 현 정부 하에서는 더 유연하게 접근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채프먼 대학의 레이먼드 스피어 연구소장은 "당국이 이런 대규모 통합을 승인할지 의문"이라며 이미 소수 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더욱 심화될 우려를 표했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 자문인 존 멀론은 스트리밍 시대에 영화 제작사들 간의 통합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하는 거대 테크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래리 엘리슨 자신도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81세의 오라클 창업자는 지난 10일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관련 매출이 1529% 폭증했다고 발표하며 주가를 36% 상승시켰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현재 틱톡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당신이 사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두 스튜디오의 합병이 고용 감소와 콘텐츠 구매처 축소를 야기할 수 있어 데이비드 엘리슨의 미디어 제국 건설이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