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형벌 합리화 약속을 지키겠다"며 "배임죄 폐지가 정기국회 처리 목표"라고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배임죄에 명백히 문제가 있고 폐지가 원칙이라면 그 원칙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완전 폐지 방침을 천명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배임죄 폐지 원칙과 로드맵이 명확하다"며 이달 중 당정협의를 거쳐 구체적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격렬히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반기업 감정을 극한까지 부추기며 노란봉투법까지 강행한 민주당이 갑자기 왜 배임죄를 없애려 하느냐"며 "이 대통령이 배임죄로 유죄 판결받을 것이 명백하니 아예 법 자체를 제거해 면소판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배임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상장기업 대표가 자신 가족 회사에 천억원 기술을 일억원에 헐값 매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배임죄"라며 "이를 없애면 주주와 거래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사회질서가 붕괴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는 이 대통령 개인을 구제하려고 국가 전체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며 "머리속에는 오직 재판 회피 방법만 가득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배임죄 폐지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며 "경기도 공용카드 남용,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성남FC 관련 사건이 모두 배임 혐의로 진행 중인데 전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유전무죄는 알고 있었지만 재명무죄는 처음 접한다"며 풍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활동 규제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돌연 배임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 이재명에게 도피로를 마련해주려는 조치"라며 "배임죄를 개정하더라도 현재 재판 중인 이 대통령에게는 행위 당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체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 손실을 입혔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통령 취임 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법원은 처벌 근거 소멸로 인한 면소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배임죄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경제계 요구에 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것이 이 대통령의 재판을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맞서고 있어 향후 치열한 정치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