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7일 24차 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지 57일 만에 이뤄진 성과다.
2차 합의안의 핵심 내용은 월 기본급 13만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천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 특별 인센티브 100%, HD현대미포 합병 재도약 축하금 120만원 등이다. 1차 합의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이 2천원, 격려금이 120만원 늘어났다.
회사 측은 이번 제안이 자사 역대 최고 수준이며 동종업계 대비로도 최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기본급 12만3262원, 삼성중공업은 13만3196원에 각각 타결한 바 있어 HD현대중공업의 제시안이 업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준다.
사측은 기본급 상승분과 각종 인센티브를 종합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830여만원의 임금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업 회복세와 마스가(MASGA) 프로젝트, HD현대미포와의 통합 등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합의안에는 HD현대미포와의 통합에 따른 고용안정 및 상생협약 체결도 포함됐다. 그간 노조가 우려해온 직무 재배치 문제와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노사 갈등은 지난달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1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HD현대미포 통합 발표 이후 직무전환 배치 우려, 싱가포르 법인 설립에 따른 이익 배분 문제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조선업계 호황과 한미 조선협력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는 지속적인 실무 협의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은 이례적으로 이른 아침부터 교섭 테이블에 앉아 극적인 타결점을 찾아냈다.
노조는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과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국내 조선 3사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최종 마무리된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성사시켰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이번 합의가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