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관세 부담 등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판매 호조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 우려에 직면했다.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하이브리드차 특성상 자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근거해 시행해온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제도가 이달 30일 막을 내린다. 이 정책은 배터리와 핵심 광물 원산지 조건을 만족하며 미국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까지 세액 혜택을 제공해왔다. 가격 민감도가 큰 전기차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현지 시장 급격한 위축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전기차 부진을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량은 19만8807대로 작년 동기 대비 47.9% 성장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 물량 대부분이 국내 생산 후 수출되는 구조가 걸림돌이다. 한국산 수출품에는 현재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대미 하이브리드 수출 규모는 16만1975대에 달해 전기차 수출량 8400여대의 19배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가 곧 고율 관세 노출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달 초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성문화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7월 무역 협정을 통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미국 내 행정 절차 지연을 이유로 여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대응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한국이 관세율 인하에 실패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25% 관세를 판매가에 반영한다면 한일 자동차 간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3만290달러, 3만2850달러인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가격이 관세율 25%, 15% 적용 시 각각 3만7863달러, 3만7778달러로 뒤바뀔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이 미국 당국 단속 여파로 지연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공장 가동이 최소 2∼3개월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현대차가 예정된 최고경영자 투자자설명회에서 북미 하이브리드 판매 전략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