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국회 앞, 금감원 직원 1500명 모여 조직개편 반대 외쳐

2025.09.24
비 내리는 국회 앞, 금감원 직원 1500명 모여 조직개편 반대 외쳐

24일 저녁 6시30분,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도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국회 앞 거리에 속속 모였다. 검은 우비를 맞춰 입은 1500여명의 직원들이 퇴근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결한 이번 집회는 금감원 설립 24년 만의 첫 야간 집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하루 전날 열린 이 집회는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장외시위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연이어 벌어진 옥외집회로, 지방·해외 파견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직원이 참석한 셈이다.

윤태완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융소비자를 더 두텁게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금감원을 해체해 금소원을 신설하려는 것은 실상 기관장 자리 창출을 위한 조직 분할"이라며 "소비자 보호 역량이 저하되는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년간 쌓아온 감독-검사-소비자보호 연계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보섭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공공기관 지정시 예산과 인사, 경영평가에서 정부 개입이 확대돼 관치금융으로 귀결된다"며 "금융감독업무 독립성은 관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역설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직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격했다. 한 직원은 기재부와 금융위 관료들을 향해 "현 정부는 모피아들에게 속아 관치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포장된 독극물"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불법 채권추심과 보험금 지급 지연 등으로 국민 생활 기반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졸속 개편은 국민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도 집회에 동참했다. 안재환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분산 감독체계 하에서 뼈아픈 외환위기를 겪었다"며 "감독기능 강화 취지와 정반대로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금융사 전 고객담당 임원은 "공공기관 지정은 금감원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책 집행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질풍가도' 노래에 맞춰 직원들이 입을 모아 합창했고, 파도타기 퍼포먼스도 벌였다. 집회 후반부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제창에서는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가사 부분에서 더욱 큰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본회의 결과를 지켜본 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의견서에는 금감위 설치법의 허점과 한계 지적이 포함된다. 국민의힘이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어 본회의 상정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시 최대 180일이 소요돼 장기전이 예상되지만, 윤 비대위원장은 "최장 330일이 끝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노조는 이와 별개로 금융회사들에게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5대 시중은행 본점 앞에서도 '감독기관 두 배, 업무부담 두 배'라는 피켓을 든 금감원 직원들의 1인 시위가 벌어져 투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