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가 경영위기에 처한 인텔에 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양사가 PC·데이터센터용 반도체 합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 지분 4% 이상을 확보해 주요 주주로 등극하게 되며, 이는 미국 정부에 이어 두 번째 대형 투자자가 된다.
양사의 전격적인 파트너십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고 CPU와 GPU의 융합을 통해 가속화된 AI 컴퓨팅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의 독자 기술인 NV링크를 인텔의 x86 생태계에 개방함으로써 AI 인프라 최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협력의 핵심은 엔비디아 AI 시스템 맞춤형 인텔 x86 CPU 개발과 개인용 컴퓨터 시장 공략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인텔이 엔비디아 하드웨어 전용 중앙처리장치를 제작하고, 소비자 시장에서는 RTX GPU와 인텔 CPU를 통합한 칩렛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노트북이 등장할 예정이다. 황 CEO는 "연간 1억5천만 대 규모의 노트북 시장에서 세상에 없던 통합 그래픽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파운드리 계약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 황 CEO는 인텔 파운드리 활용 여부에 대해 "TSMC의 모든 역량은 마법과 같다"며 "이번 협력은 맞춤형 CPU에 집중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향후 협력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부활' 정책과 맞물려 미국 반도체 산업 재건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해 인텔 지분 10%를 취득한 최대 주주가 됐고, 소프트뱅크도 20억 달러를 투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 기업들 간의 결속을 다지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에게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해온 AMD는 엔비디아 지원을 받은 인텔의 반격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설계 IP 전문업체 Arm 역시 엔비디아가 자사 아키텍처 대신 인텔 x86을 선택하면서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발표 당일 Arm 주가는 4.45% 급락한 반면 인텔은 22.8% 폭등을 기록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화웨이가 자체 AI 칩 '어센드' 후속작 출시 로드맵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화웨이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연례 업그레이드를 통해 엔비디아 대항마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AI 칩 구매를 금지하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는 등 '탈엔비디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젠슨 황 CEO가 미국과 중국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고난도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통화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사업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기업연구소 라이언 퍼대시억 연구원은 "그렇게 많은 주인을 섬기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