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사 친환경연료 의무화 도입하나...연간 천억원 규모 추가 부담

2025.09.19
정부, 항공사 친환경연료 의무화 도입하나...연간 천억원 규모 추가 부담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편의 친환경 항공유 사용 의무화 방안을 확정했다.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비율 1%를 시작으로 2035년에는 최대 10%까지 단계적 확대가 예정돼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대한건축사협회에서 항공·정유업계, 관련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SAF 혼합 의무화 제도 로드맵'을 공동 발표했다. 아시아 최초로 제시되는 이번 계획은 전 세계에서는 유럽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동식물성 바이오매스와 대기 중 포집 탄소 등으로 생산되는 SAF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다. 항공유 공급업체들은 2027년부터 국내 공항 국제선 급유 시 반드시 SAF를 1% 이상 포함해야 한다.

혼합 비율은 점진적으로 높아져 2030년 3-5%, 2035년 7-10% 범위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구체적 수치는 국내 제조 역량과 국제적 의무 수준, 세계 시장 동향을 종합 검토해 확정한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는 2028년부터 연간 연료량의 90% 이상을 해당 공항에서 충당해야 한다. 이는 비싼 SAF 혼합 연료 사용을 회피하려는 항공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현재 SAF 가격은 일반 항공유의 2배 수준으로, 2023년에는 2.5배까지 올랐던 상황이다. SAF 1% 혼합 시 국내 항공사 전체에 약 920억원의 연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400-450억원의 부담이 예상되며, 이는 단거리 노선에서 승객당 1,000-3,000원, 미주 노선에서는 8,000-10,000원의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항공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혼합 의무 비율을 초과 달성한 국적 항공사에는 국제선 운수권 배분 시 기존 1점에서 3.5점으로 가점을 확대 부여한다.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 제도는 2027년부터 직접 보조금 형태로 전환해 지원한다. 승객이 자발적으로 SAF 기여금을 납부할 경우 항공사는 라운지 이용권과 선호 좌석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속 지원한다. 시설 투자비는 최대 25%, 연구개발비는 최대 40%까지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SAF 핵심 원료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시설 투자와 원료 구매 자금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전체 이행량의 20%를 최대 3년간 이월할 수 있는 유연성 제도도 도입한다.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의무 비율 하향 조정도 검토한다.

미이행 시 과징금을 부과하되 제도 초기 단계임을 감안해 일정 기간 유예한다. 신생 항공사는 3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상 이유나 불가피한 사유로 의무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는 제외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국제항공 부문 배출량을 5%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유럽연합과 영국이 선제적으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다.

이날 로드맵 발표와 함께 정부는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국토부·산업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석유관리원, 항공·정유협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지속적인 소통과 법제화, 정책 지원을 통해 로드맵 이행에 나선다.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은 "SAF 로드맵 마련으로 국제항공 탄소중립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며 "전 세계 항공운송 8위인 우리나라 위상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원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항공유 수출 1위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중요한 제도적 토대"라며 "민관 협력으로 생산 역량을 신속히 확충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