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성장속도, 한국의 6.3배…글로벌 2천대 기업 분석 결과

2025.09.23
중국 기업 성장속도, 한국의 6.3배…글로벌 2천대 기업 분석 결과

포브스 선정 세계 2천대 대기업의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중국 주요 기업들의 발전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세계 2천대 기업 변화로 본 한중미 기업 삼국지'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세계 2천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 기업은 2015년 575곳에서 올해 612곳으로 늘어났다. 중국 기업은 같은 기간 180곳에서 275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66곳에서 62곳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중국에서는 '떠오르는 강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 세계 기업계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생태계 전체 매출액을 비교해봐도 성장률 격차는 뚜렷했다. 세계 2천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지난 10년간 1조5천억달러에서 1조7천억달러로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은 4조달러에서 7조8천억달러로 95% 확대됐고, 미국도 11조9천억달러에서 19조5천억달러로 63% 신장했다.

상공회의소는 "중국은 혁신 기업들을 대거 배출하며 생태계를 강화했고, 미국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변신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엔비디아가 매출 성장률 2787%를 기록했고, 유나이티드헬스 314%, 마이크로소프트 281%, CVS헬스 267% 등 첨단산업과 헬스케어 분야가 성장을 견인했다. 스톤X, 테슬라, 우버 등 새로운 영역의 기업들도 신규 등록되며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창업 환경을 기반으로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블록 등 IT 기업들도 명단에 합류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1188%, BYD 1098%, 텐센트홀딩스 671%, BOE테크놀로지 393% 등의 성장률을 보이며 첨단기술과 IT 분야가 도약을 이끌었다. 파워차이나, 샤오미, 디디글로벌, 디지털차이나그룹 등도 에너지, 제조, IT 등 폭넓은 업종에서 세계 2천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SK하이닉스 215%, KB금융그룹 162%, 하나금융그룹 106%, LG화학 67%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업체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새롭게 포함된 기업들도 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대부분 금융 계열이었다.

대한상의는 한국 기업생태계가 성장할수록 지원은 축소되고 규제는 강화되는 역설적 구조를 지적했다. 부산대 김영주 교수의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적용받는 규제가 94개로 늘어나고, 대기업을 거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기업성장포럼에서 메가샌드박스를 활용해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서라도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규제 제로 실험구역'을 조성해 AI 등 첨단산업 투자 환경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상공회의소는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선택적으로 지원하고,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처벌 방식으로, 기업 규모별이 아닌 산업별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연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이 0.04%,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되는 비율이 1~2%에 불과하다"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기업들이 신속히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