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미국 구금 사태 여파로 대미 투자 전략 재점검 나서

2025.09.14
한국 기업들, 미국 구금 사태 여파로 대미 투자 전략 재점검 나서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집단 체포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이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투자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SK온, CJ제일제당, LS전선 등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제조시설 신설 및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지였던 HL-GA 합작공장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총 63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투자했으나, 핵심 기술진들의 전면 철수로 인해 건설 일정이 최소 2∼3개월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면한 인력 공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운영 중인 미국 내 다른 생산기지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조지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동사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시설로는 미시간 홀랜드의 단독 운영 공장과 GM과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오하이오, 테네시 소재 합작 공장들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파트너사와의 복잡한 조율 과정이 필요한 합작 시설보다는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 미시간 공장에서 인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SK온과 삼성SDI 등 배터리 산업 내 경쟁사들 역시 상황 전개를 면밀히 관찰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배터리 제조업체 임원은 "현재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들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나, 비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향후 사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생산 장비의 정밀한 조정 작업은 제품 수율과 품질에 직결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현지 인력 양성 방안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370억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생산기지를 조성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서 인공지능용 고성능 메모리 패키징 시설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향후 전문 인력에 대한 비자 수요 증가 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해외 파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관리 규정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모든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들의 출입국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LG전자는 미국 생산법인 출장 시 반드시 단기상용 B1 비자를 취득하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비자 제도의 신속한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석상 논란이 제기된 B1 비자에 대한 명확한 운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 분야 기업들의 대미 투자 약속 규모는 총 20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미 실무협의체 운영을 통해 취업 비자 할당량 증대 등 실질적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비자 관련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미국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투자 거점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력 운용 계획이나 투자 전략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