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이 해외 충격에 대해 신흥국 평균을 상회하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어 종합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환율과 금리 변동폭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는 17개국을 대상으로 한 비교분석에서 우리나라의 유위험 금리평형 프리미엄 반응계수는 2.1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0.41%포인트를 5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며, 신흥국 평균 1.68%포인트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위험 금리평형 프리미엄은 국내 경제주체들이 해외 자금조달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험 보상을 의미한다.
김지현·김민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이 작성한 이번 분석에 따르면, 시장 심도가 제한적인 국가들은 대외 리스크 발생 시 통화가치 하락과 단기 금리스프레드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시장 기반이 탄탄한 일본, 스위스 등에서는 환율 반응이 미미하고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금리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실물경제 위축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의 통합정책체계 모형을 활용한 구조분석 결과, 시장 심도가 부족한 국가일수록 해외 충격 발생 시 실물부문의 타격이 증폭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유출 확대와 국내 금융스프레드 급등 간의 연관성이 강할수록 경기침체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한은은 단일 정책수단보다는 복합적 정책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화정책과 외환시장개입, 거시건전성정책을 병행 활용할 경우 GDP갭과 인플레이션갭 축소를 통해 사회 후생손실을 18.3%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조합은 환율과 금리스프레드 안정화를 통해 대외 충격의 실물경제 파급경로를 차단하는 완충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금융·외환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제시됐다. 현재 진행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과 2026년 예정된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시장 참여자 다변화와 거래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외환시장 구조개선 이후 올해 6월까지 일평균 현물환 거래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 과장은 "대외개방도가 높은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기반 확충과 함께 정책당국 간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