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항공시장 독점 강화 우려 속 하와이안항공 인천-시애틀 신규 취항

2025.09.15
한진그룹 항공시장 독점 강화 우려 속 하와이안항공 인천-시애틀 신규 취항

한진그룹의 항공시장 독과점 체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애틀 노선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미국 5대 항공기업 알래스카 에어 그룹 소속 하와이안항공이 지난 13일부터 인천-시애틀 정기노선 운항을 개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동 운항하는 111개 국제노선 중 합산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노선이 22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발 뉴욕 JFK, 런던 히스로, 프라하 등 3개 왕복노선에서는 양사 합산 점유율이 100%를 기록했으며,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호놀룰루 등 19개 노선에서는 50%를 상회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설정한 구조적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5개 노선이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다. 프라하 노선의 경우 체코항공의 재정난으로 인한 철수 후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4월 새롭게 진입하면서 독점 체제가 구축됐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3개 저비용항공사 자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한진그룹 계열사의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제노선은 34개까지 증가한다.

이러한 독점 확산은 지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 기반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대한항공 편입으로 상당수 국제노선이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되면서 부산·경남 지역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하와이안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 신규 진입은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300석 규모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투입해 주 5회 운항하는 이번 노선으로 인천-시애틀 구간 운항사는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전체 운항 횟수는 주 21회에서 26회로 확대됐다.

하와이안항공은 이번 노선에 최초로 보잉 787-9 기종을 도입하며, 오로라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비즈니스석 34석은 1-2-1 배열의 침대형 좌석으로 구성되며 개별 슬라이딩 도어를 갖춰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또한 닭불고기, 미역국, 짜장면 등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기내식과 소주를 활용한 특별 칵테일을 제공한다.

미국 서부 해안의 교통 요충지인 시애틀은 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노선이다. 현재 인천-시애틀 노선의 연간 승객 수는 약 55만명이며, 이 중 52%인 28만명이 환승객으로 인천공항 전체 노선 중 최고 환승률을 보이고 있다.

알래스카 에어 그룹은 지난해 하와이안항공과 합병 후 국제선 네트워크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나리타-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노선으로 인천공항에 정규 취항했다. 140여 개 노선을 보유한 이 그룹의 네트워크를 통해 승객들은 북미 전역 104개 도시로 연결이 가능하다.

다이애나 벌켓 라코우 알래스카 에어 그룹 수석 부사장은 "인천과 시애틀을 잇는 이번 노선 개설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출발점"이라며 "2030년까지 최소 12개 신규 국제 직항편 추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정위 규제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항공 노선 기준은 시기와 계절,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므로 이에 맞는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의원 역시 "항공산업 독과점 부작용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공정위 조치 유효기간인 10년 이후에도 경쟁 가능한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