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국산 차량에 부과되는 미국 관세율을 현재 25%에서 15%로 인하하는 한미 무역협상의 신속한 마무리를 요청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개최된 '2025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무뇨스 사장은 "양국 정부가 신속히 관세 협정을 체결해 기업들이 안정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중장기 전략 및 재무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복합적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은 "현재 발표한 실적 전망치는 25% 관세를 바탕으로 산정했으며, 15%로 조정된다면 기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연결 매출액 증가율 목표를 당초 3.0~4.0%에서 5.0~6.0%로 끌어올렸으나, 관세 부담을 고려해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7.0~8.0%에서 6.0~7.0%로 하향 수정했다. 매출 증대를 통해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자동차 관세 15% 인하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지만 후속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져 여전히 25% 관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미국 수출 차량에 15% 인하 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무뇨스 사장은 "구금된 인력의 상당수가 조지아 시설에서 첨단 배터리 생산기술의 최종 조정 및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단기 출장, 특히 전문기술 인력에 대한 상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무뇨스 사장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구금으로 인해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경험했을 고통과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들이 무사히 귀국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 40년간 미국 사회의 구성원이었으며 조지아주에서는 15년 이상 사업을 전개해왔다"며 "조지아주 신규 시설은 해당 지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개발 사업으로 수많은 가정에 지속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관세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율을 현재 40%에서 2030년까지 80%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 여부와 무관하게 현지화는 글로벌 시장 성공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라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한국 내 생산량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생산기지 이전이 아닌 성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생산의 핵심 거점이며 북미 이외 지역 수요를 담당하는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본격 가동해 생산능력을 현재 연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전 세계에 77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이 중 미국 투자액은 기존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증액된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당한 기회가 있으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픽업트럭 등 신규 차종 진출을 통해 추가 성장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제네럴모터스와의 협력을 통해 5개 차종 공동개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위험이 아닌 기회"라고 평가하며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아직 출시하지 않은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를 555만대로 설정하고, 이 중 60%인 330만대를 친환경차로 채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