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남구 도로에서 순찰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이 우연히 거액의 미납 벌금을 가진 수배자를 체포한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배은규 경감은 지난달 2일 안전 순찰 중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화물차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화물차는 순찰차를 발견한 듯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는 등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28년간 경찰 업무를 담당해온 배 경감의 직감이 발동했고, 즉시 차량 정보를 확인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미납 벌금이 440만원 정도로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액수가 4억4000만원에 달했던 것이다.
이는 교통 위반 과태료가 누적된 것이 아니라, 올해 초 경제사범 관련 혐의로 법원에서 선고받은 벌금형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부 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벌금을 미납하자, 검찰청은 지난 7월 말 해당 인물에 대한 수배령을 발령한 상태였다.
거액의 벌금 때문에 도주 가능성을 우려한 배 경감은 일반적인 검문 방식 대신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별도의 정지 신호나 경고 방송 없이 평범한 순찰인 것처럼 화물차를 추적했고, 신호등에 걸려 차량이 멈춘 순간을 포착했다. 도로 중앙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 운전석 대신 조수석으로 접근한 후 차량에 탑승해 신원을 확인했다.
운전자가 수배 명단의 인물과 동일함을 확인한 배 경감은 동료 경찰관과의 무전 연락을 통해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유도한 뒤 검거를 완료했다. 수배령이 내려진 지 약 일주일 만에 울산 삼산동 터미널 사거리에서 체포된 A씨는 이후 검찰로 송치됐다.
이 사건을 다룬 경찰청 공식 유튜브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2만 회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도대체 어떤 위반을 했길래 그런 거액이 나오느냐", "테러범 현상금보다 높은 벌금액이 충격적이다", "그런 큰 금액이 미납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해당 금액이 쌓이도록 방치된 수사 당국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배 경감은 "법적 의무를 회피하려는 이들로 인한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향후 대응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