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관람자를 '매국노'라 부르는 이유"…450만 관객 돌파작 혐한 논란 확산

2025.09.20
"귀멸의 칼날 관람자를 매국노라 부르는 이유"…450만 관객 돌파작 혐한 논란 확산

국내 관객 45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둘러싼 혐한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품 내 특정 표현들이 과거 일본의 조선인 탄압 사건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원작 만화 18권에 등장하는 특정 장면이 있다. "비겁한 자는 떳떳하게 싸우지 못하고 우물에 독을 넣는다. 치사하다"라는 대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1923년 관동대지진 시기 조선인들에 대한 허위 소문과 그로 인한 대학살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장면의 배경에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그려져 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게시물은 엑스 플랫폼에서 1만 7천 회 이상 공유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논란을 인지하고서도 작품을 관람하는 행위는 매국행위"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작품 애호가들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주인공 탄지로의 귀고리에 욱일기와 유사한 디자인이 사용됐다는 점,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일제의 군국주의가 강화되던 다이쇼 시기(1912~1926년)라는 점에서 우익적 성격을 띤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일본 창작물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논쟁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왔다. '진격의 거인'의 창작자 이사야마 하지메로 추정되는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이 발견된 사건, '슬램덩크'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욱일기 유사 도안과 작가의 자위대 옹호 발언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러한 논란들이 전면적인 반일 움직임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문화적 위상 향상으로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약화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현재는 오히려 일본 청년층이 한국 문화에 매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제 발전과 한류의 세계적 확산으로 일본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이 사라지면서 혐한 표현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지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한밭대 일본어과 박희영 교수 역시 "젊은 세대는 문화적 향유와 역사적 사실을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념적 갈등이 있더라도 선호하는 콘텐츠를 포기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 교수는 "독일의 경우 나치 상징 사용 시 최고 7년의 실형까지 가능하지만, 본질상 동일한 욱일기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2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최단 시간 내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속되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여전히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