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해외 첫 공식 파견, 베트남서 재외국민 안전보호 나선다

2025.09.21
소방관 해외 첫 공식 파견, 베트남서 재외국민 안전보호 나선다

소방청이 역사상 최초로 소방관을 해외 재외공관에 공식 배치한다고 21일 발표했다. 22일부터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이번 조치는 해외 거주 한국인의 생명 보호와 국내 소방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다.

파견 대상자는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최성하 소방경으로, 외교관 자격으로 2년간 현지에 상주하게 된다. 최 소방경은 한-베트남 간 응급의료 협력 연결고리 구실을 비롯해 재난대응 정책 조언, 양국 합동 교육훈련 및 인력교류 지원, 해외거주 한국인 안전관리 업무 등을 총괄한다.

베트남 선정 배경에는 현실적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중 한국인 교민 수와 여행자 수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반면, 안전관리 체계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연간 1만1천여 명의 아동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 등 선진국 수준보다 10배가량 높은 사고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어 체계적 지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지 파견 소방관의 핵심 책무는 해외 한국인의 생명 수호다. 응급환자 발생 시 즉각적 대처는 물론 필요에 따라 국내 병원으로의 안전한 후송도 담당한다. 높은 현지 의료비 부담과 부족한 의료시설로 인해 국내 치료를 원하는 중증환자들에게는 현지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민들의 자체 대응 능력 향상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응급처치법, 화재 및 지진 대피요령, 현지 의료법규 등에 관한 실무 중심 안전교육을 교민 단체들과 연계해 실시한다. 이를 통해 위급상황에서 국민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동시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국민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파견은 국내 소방산업의 해외 진출 발판 마련이라는 부가적 효과도 기대된다. 현지 기업들과 협력해 소방장비 실증 작업, 제도적 협력, 기술 교환을 지원하고, 베트남 공안부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산 소방제품의 경쟁력 제고 및 국제시장 진출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이미 2012년부터 베트남에 폐기 예정 소방차량 53대를 무료로 제공하여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231억 원 규모의 소방차량 공급계약 성사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베트남은 2023년 기준 한국 소방산업 교역 상대국 5위에 해당하며, 전체 교역량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재외공관 직무파견은 우리나라 소방이 국경을 넘어 해외 동포들의 생명과 안전까지 책임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동시에 한국 소방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