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림역 살인예고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작성자가 정부에 4370만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조정민 판사는 19일 정부가 살인예고 게시물 작성자 최모씨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4370만1434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살인예고나 테러예고 게시물 작성자에게 배상 의무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최씨는 지난해 7월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림역 2번 출구 앞에 칼을 들고 서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해당 게시물로 인해 30대 여성의 경찰 신고가 접수되었고, 관악경찰서 소속 18명을 포함해 사이버수사팀과 기동대 등 총 703명의 경찰 인력이 동원되어 최씨를 체포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경찰관 수당과 차량 연료비 등으로 4370만원의 예산이 소모되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신림역 흉기 사건 이후 인터넷상에 유사한 살인예고 게시물이 연이어 등장하자, 작성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최씨를 상대로 한 첫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살인예고 글 게시자에게 형사적 책임뿐 아니라 민사적 책임도 엄중히 묻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최씨는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별도의 형사 재판을 받아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사회적 상황과 커뮤니티 특성을 감안할 때 게시물 열람자들이 공포를 느끼고 경찰 신고로 이어져 공무 집행을 방해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민사 소송은 형사 재판과는 별개로 진행된 것으로, 온라인상 허위 예고 게시물로 인한 공권력 낭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확립한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