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급호텔서 환전상 강도살인한 중국인 여성, 무기징역 확정

2025.09.18
제주 특급호텔서 환전상 강도살인한 중국인 여성, 무기징역 확정

제주도 내 고급호텔 객실에서 금전을 노리고 동포 환전업자를 살해한 30대 중국 국적 여성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이 무기징역을 내렸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18일 강도살인 및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지난 2월 24일 오후 2시 22분경 제주시 소재 특급호텔 객실에서 벌어졌다. A씨는 환전업을 하는 피해자를 객실로 유인한 뒤 준비해온 흉기로 12차례에 걸쳐 찔러 숨지게 하고, 현금 및 카지노칩 등 총 8천500만원 상당의 재산을 탈취했다. 범행 과정에서 A씨는 중국에서 불러온 공범 2명을 객실 밖에서 대기시켰으며, 이들은 훔친 금품이 담긴 가방을 전달받아 환전 후 중국 내 본인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당시 제주 지역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2억3천만원의 손실을 입었고,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약 4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여권까지 담보로 제공한 상태여서 출국조차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제적 압박감이 범행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행 당일 오전 A씨는 피해자에게 "100만 위안을 즉시 환전하겠으니 현금을 급하게 마련해 호텔로 와달라"고 연락을 취해 객실로 끌어들였다. 이후 사전에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공격해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등 부분에서 다수의 자상이 확인됐으며, 도망치려는 피해자를 뒤쫓아가며 지속적으로 가해한 정황이 포착됐다.

범행 후 A씨는 서귀포시 관할 파출소에 직접 찾아가 "사람을 죽였다"며 자수했다. 반면 공범인 30대 여성 B씨와 40대 남성 C씨는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려다가 경찰의 긴급체포 작전에 붙잡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살인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범행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들고 위협해와 자기방어 차원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혐의를 강도살인이 아닌 단순살인과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공범들 역시 A씨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 강도살인으로 얻은 범죄수익임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변론을 전면 기각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난 경위 및 피해자의 신체조건을 종합해볼 때 피해자 측에서 먼저 공격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피고인이 도박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수억원 채무에 시달린 것이 피해자 금품 강탈의 충분한 동기가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강도살인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며, 유족들은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 속에서 엄중처벌을 간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차단시켜 참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 그 죄의 무게에 걸맞은 형벌"이라고 무기징역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공범으로 분류된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임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한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주범에게 속아 가담하게 된 점과 범행을 솔직히 자백하며 뉘우치는 모습을 고려했다"고 양형 근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