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외부 인사와 일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좀 더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창원지법 이봉수 부장판사는 18일 법원 내부망에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공개 질의와 건의"라는 글을 올려 조 대법원장의 전날 해명에 대해 "일부 표현이 다소 모호하게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논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을 뿐 실제로 만난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헌재 탄핵 선고일 이후부터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 선고 전까지 한 전 총리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사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한 전 총리와 만난 사실이 없음을 분명하고도 명징한 언어로 다시 한번 밝혀달라"고 건의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하여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된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판사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언어는 국민적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오해의 여지가 없게 보다 명징하게 사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18일 "대법원장께서는 헌재 탄핵 선고일 이후부터 공선법 사건 파기환송심이 선고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한 전 총리를 만난 적이 전혀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전 입장문의 표현이 모호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공식석상에서 함께 한 사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표현을 정제하다 보니 미처 의미 전달의 부족함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부 의원은 헌재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3일 후인 4월 7일께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등과 만나 "이 대통령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떳떳하면 수사받으라"며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저열하고 파렴치한 정치 공작"이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근거 없는 하나의 제보를 부풀려 대법원장 사퇴까지 몰고 가는 저열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내란 특검팀은 "현 단계에서 수사에 착수할 만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수사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특검법에 명시된 대상 외에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