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34) 경사의 순직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인천지검 전담수사팀은 18일 오후 4시부터 해양경찰청 본청 종합상황실 및 정보통신과와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동시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과 근무일지, 무선통신기록, CCTV 영상 등 핵심 자료들을 확보하며 사고 경위 전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강제수사는 이광진 인천해경서장과 영흥파출소장, 당직팀장 등을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대검찰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장재완 대검 반부패기획관(차장검사급)을 팀장으로 하는 5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에는 대검 검찰연구관 1명과 인천지검 반부패 전담 검사 3명이 합류해 집중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1일 새벽 영흥면 꽃섬 인근 갯벌에서 발생했다. 이 경사는 드론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 홀로 현장에 출동해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을 발견했다. 구조 과정에서 자신의 부력조끼를 피구조자에게 벗어준 후 함께 헤엄쳐 나오다가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고, 6시간여 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파출소에는 총 6명의 당직자가 있었으나 4명이 규정을 넘어서는 휴게시간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이 경사가 단독으로 출동하게 됐다. 실질적 구조장비 투입까지 40분가량 소요되는 등 초기 대응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또한 근무일지에는 휴게시간이 6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 기재되는 등 허위 작성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이 경사의 동료 4명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에 대해 침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도 직접적인 함구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드론 촬영 영상 분석 결과 이 경사는 당초 해경이 발표한 오전 3시 27분보다 22분 늦은 3시 49분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상황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음을 시사하며, 골든타임 활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고인의 동료들로부터 윗선의 진실 은폐 증언이 나온 만큼 해경이 아닌 독립적 외부기관에서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경 자체 진상조사단은 활동을 중단하고 검찰 수사로 전환됐다.
김용진 해경청장은 16일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진실규명과 새로운 해양경찰 조직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해경청은 앞서 이 서장 등 관련자 3명을 대기발령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 경위와 구조과정의 적정성, 규정 준수 여부, 은폐 시도 등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규명해 해경의 구조 및 출동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