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의 길, 조기 진단과 치료 환경 구축이 관건

2025.09.16
치매 극복의 길, 조기 진단과 치료 환경 구축이 관건

오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치매 인식 개선과 예방 관리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중앙치매센터와 함께 제18회 기념식을 개최하고 치매 예방 및 극복에 기여한 유공자 161명을 포상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치매안심센터 전국화를 견인하고 치매관리사업 전문화에 기여한 서울대학교병원 이동영 교수가 근정포장을 받았다. 박준혁 제주도광역치매센터장을 비롯해 5명이 대통령 표창을, 7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148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도 산림치유를 통한 치매 예방 관리 성과를 인정받아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의료계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지난 12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과 함께 전방위적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레카네맙이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병 억제 약물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은 임상에서 18개월간 27%의 인지기능 악화 감소 효과를 보였으나, 높은 치료비와 2주마다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미국에서 승인받은 도나네맙도 곧 국내 도입될 예정이며, 향후 피하 주사 형태와 복합 요법 치료제 개발도 기대되고 있다.

진단 기술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 외에 혈액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50대부터 연례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아는 응답자는 60.3%로 3년 전 26%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치료제 존재를 정확히 아는 비율은 19.9%에 그쳤다. 또한 인지기능 문제 발생 시 초기보다는 일상생활 불편을 느낄 때 병원을 찾겠다는 응답이 많아 조기 진단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진들은 건강기능식품에만 의존하다가 전문가 상담 시기를 놓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뇌 기능 개선 관련 건기식 시장이 1조 1800억원에 달하지만, 의약품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만큼 전문의 진료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기념일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경산시는 복지용구 이동전시체험관을 운영하고 치매 환자 작품 전시를 개최했으며, 창원시는 어린이집 유아들을 대상으로 치매안심센터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광주 남구는 중학생 공모전 우수작 전시회와 특별 강연을 마련했고, 밀양시는 일일카페 운영과 영화 상영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자조모임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수년에서 10년 넘게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전문 상담사의 조언을 받으며 서로 지혜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환자를 직접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참석률이 높지 않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식습관 개선, 운동, 사회적 교류 등을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