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한화오션의 하청업체 노동조합 농성천막 철거 행위를 부당한 차별로 규정하며, 회사 측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4일 한화오션 대표이사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20여 명이 단체교섭 합의 도출을 위해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사업장 내 선각삼거리에서 농성용 천막 설치를 추진했다. 이들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직원 약 100명을 투입해 천막 설치를 방해하고 기설치된 천막을 훼손하는 강제 철거 작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청노조 측은 과거 정규직 노조의 천막 설치를 용인한 전례와 대비해 이번 조치가 명백한 차별 대우라며 인권위에 구제 신청을 접수했다.
한화오션 측은 해명 과정에서 여러 논리를 제시했다. 천막 자재가 사전 반입 승인을 거치지 않았고, 설치 예정지인 선각삼거리가 대형 운반장비의 주요 이동 경로여서 작업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고정식 천막이 들어설 경우 생산 구역 불법 점유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회사 측 논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하청노조의 집회와 파업이 사전에 확보된 파업권에 기반한 적법한 쟁의행위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천막 설치 장소 역시 허가된 출입자라면 누구든 활용 가능한 공용 구역으로서, 급박한 안전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쟁의행위 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에 의한 안전사고나 폭력 사태, 시설 파손 등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하청노조가 중장비 운행 시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점도 고려 요인이 됐다. 한화오션이 장기 파업 상황을 거쳐 결국 같은 해 12월 천막 설치를 수용한 사실도 회사 측 우려가 현실적 근거를 갖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인권위는 분석했다.
인권위는 무허가 천막 반입이나 설치 행위로 인한 보안·안전 문제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구체적 위험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생산시설 불법 점거 가능성 또한 막연한 추측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하청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쟁의행위가 목적과 성격, 방식 등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하청노조에게만 차별적 제재를 가한 것은 불합리한 처우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농성천막이 지난해 말 재설치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별도의 구제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보고 진정 건을 기각 처리했다. 대신 한화오션 대표이사에게 향후 유사한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수립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