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지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21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토크에서 "우리가 누군가의 세일러문, 누군가의 인어공주, 디즈니 공주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특히 어린 관객들로부터 받는 반응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딸이 작품 속 여성 캐릭터에 공감한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전날 국내 최초로 진행된 싱어롱 상영회에서는 700석 규모의 객석이 매진되며 작품의 폭발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어린이 관객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OST를 따라 부르고, "진우는 왜 죽였나요", "루미와 진우의 키스신도 있었나요" 등 순수한 질문들을 쏟아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 감독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한국적 요소를 철저히 고증했다고 강조했다. 2022년 핵심 제작진 7명과 함께 한국을 직접 답사하며 남산타워, 북촌한옥마을, 민속촌 등을 둘러봤고, 수저를 냅킨 위에 놓는 습관부터 소주의 초록빛 반사까지 세밀한 생활 디테일을 화면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핵심 세계관인 샤머니즘에 대해서는 "음악과 춤으로 악령을 물리치는 무당의 역할과 헌트릭스의 활동이 동일하다"며 "굿이 한국 최초의 팝 콘서트라고 여긴다"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다. 무당은 한국 문화에 뿌리내린 전통이기에 캐릭터 연결성과 더불어 문화적 의미도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거주 한인 2세대인 강 감독은 자신의 이중 문화적 배경이 작품 완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두 문화에 동등하게 속해 있으면서 20년 넘게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쌓은 스토리텔링 경험을 가진 한국인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배경 덕분에 진정으로 글로벌하게 통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영화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는 봉준호 감독을 꼽았다. "봉 감독의 '괴물'을 보며 한 편에 다양한 톤과 장르를 섞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케데헌에 뮤지컬, 로맨스, 코미디, 호러, 액션이 뒤섞인 것도 그 영향"이라고 밝혔다.
어린 관객들을 향해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포용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응원 메시지를 건넸다. 자신도 제작 과정에서 '사람들이 좋아할까', '올바른 방향일까' 하는 불안감을 자주 느꼈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현재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후속편에 대해서는 "더 녹여내고 싶은 한국적 이야기들이 많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하기 어렵다"며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암시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