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총격사망, 세계 우파 세력 연대 강화 계기로 작용

2025.09.14
찰리 커크 총격사망, 세계 우파 세력 연대 강화 계기로 작용

미국의 저명한 우익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수주의 세력들의 결속을 촉진하는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13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이번 총격 참사 이후 런던, 베를린, 마드리드,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커크 추도 모임이 연이어 개최됐다. 선출직 경험이 없는 민간 활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상들이 잇달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참혹한 살해 사건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고 표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젊은 가족이 가장과 배우자를 잃은 비극"이라며 위로를 전했다.

유럽의 민족주의 우파 정치인들은 특히 커크의 죽음을 진보 세력 공세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종교와 자유의 참된 옹호자를 상실했다"며 커크의 사망을 "적개심을 조장하는 진보 세력" 책임으로 규정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진보 진영의 반인도적 언사와 편협함"을 성토했다.

유럽의회 내 극우 성향 의원들이 커크 추모 묵념을 제안했으나 절차적 문제로 무산됐다. 일부 의원들은 5년 전 미국에서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례를 거론하며 "플로이드는 기렸으면서 커크는 왜 거절하느냐"고 항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수 단체들도 추모 집회를 주최하는 등 슬픔과 분노가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같은 전 세계적 반응을 "포퓰리즘의 글로벌 융합"으로 규정하며 그 핵심에 커크가 위치한다고 해석했다. 커크가 단순한 미국 내부 우익 인사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 어젠다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중추적 기능을 담당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치 세력 간 협력이 주로 엘리트층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현재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일반 시민들 사이의 직접적 소통과 연대가 활성화됐다. 커크는 이러한 네트워크 중심부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상징되는 반세계화, 민족주의 등의 이슈를 지구촌에 전파하며 유럽 포퓰리즘 세력과의 이념적 유대를 공고화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커크가 미국 외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명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과 유럽·아시아의 포퓰리즘·민족주의 세력 간 연결점 기능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커크는 지난 5월 영국을 찾아 정치 지도자들과 학생들을 만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옥스퍼드대학 강연에서는 "트럼프 부상을 견인한 흐름과 동일한 분위기가 영국에서도 감지된다"며 "여건이 성숙하면 곧 정치적 대변혁을 목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격으로 사망하기 수일 전에는 한국과 일본을 순방해 보수 성향 정치 단체들과 교류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5~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보수 청년단체 '빌드업 코리아' 행사에 참가해 '트럼프 승리가 전하는 메시지' 등을 주제로 연설했다. 일본에서는 극우 정당 참정당 행사에 출석했다.

커크는 사망 이틀 전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한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도로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이들도 없고 그래피티도 일절 용인되지 않는다"며 한국 거리의 청결함과 질서를 극찬했다. 이어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사회로, 신뢰 체계를 훼손하는 대량 이민자 유입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주창하는 반이민 논리가 한국과 일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커크 사망 후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 구독자가 폭증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커크의 주요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350만명, 틱톡 팟캐스트 팔로워는 150만명 이상 증가했다. 그가 설립한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USA'의 유튜브 구독자도 330만명에서 360만명으로 늘어났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유럽 보수 진영에서 커크가 '순교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그의 죽음이 전 세계 포퓰리즘 세력의 이념적, 감정적 결속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