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전례 없는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으로 '왕실 카드' 겨냥한 양국 협력 확대

2025.09.16
트럼프 대통령, 전례 없는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으로 왕실 카드 겨냥한 양국 협력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특별 초청으로 영국을 공식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2019년 첫 임기 중 국빈 방문에 이어 동일 인물로서는 사상 최초로 두 차례째 영국 왕실의 국빈 예우를 받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다.

영국의 오랜 관례상 미국 대통령의 재임기에는 공식적인 국빈 대우보다는 차담이나 오찬 형태의 만남을 제공해왔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들도 연임 시기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초대만을 받았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대우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백악관을 직접 찾아가 찰스 국왕의 친필 서명이 담긴 국빈 초청장을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역 갈등으로 대서양 양안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서, 왕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트럼프의 성향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왕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스코틀랜드 출신 모친 메리 앤 매클라우드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감격적으로 시청하던 모습을 목격한 트럼프는 영국 왕실의 위엄과 격식에 깊은 동경심을 키워왔다. 심지어 과거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일화도 전해진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2019년 첫 영국 국빈 방문은 "인생의 성취를 보여주는 궁극적 신호"였다고 당시 보좌진이 회상했다. 이번 두 번째 초청 역시 트럼프에게는 개인적 명예와 인정의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문 일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부부는 16일 오후 영국에 도착해 워런 스티븐스 주영 미국대사와 헨리 후드 자작의 영접을 받는다. 17일에는 윈저성으로 이동해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먼저 만난 후 찰스 국왕과 카밀라 왕비와 회견한다. 윈저성과 런던탑에서는 환영 예포가 터뜨려지고, 저녁에는 국빈 만찬에서 양국 정상이 각각 연설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총리 공관 체커스에서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는 지연되고 있는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 면제 협정의 세부사항 협상 마무리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 5월 기본 합의는 이뤄졌으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놓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엔비디아, 오픈AI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양국은 기술 및 원자력 분야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원전 프로젝트 승인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협정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스타머 정부는 출범 1년 만에 지지율 급락과 주요 인사들의 연이은 구설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트럼프와의 만남을 통한 경제적 성과 창출이 정치적 반전의 기회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런던 반이민 시위에서 과격 발언을 쏟아낸 직후 이뤄지는 방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묘한 상황이다.

보안 측면에서는 최근 트럼프 측근인 찰리 커크 암살 사건과 트럼프 자신에 대한 과거 암살 시도 등을 고려해 2023년 찰스 국왕 대관식 이후 최대 규모의 경호 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드론과 저격수, 기마경찰, 템스강 해상 순찰팀까지 동원되는 3중 보안망이 가동될 예정이다.

방문 기간 중 윈저와 런던 일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과 이스라엘·러시아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예상돼 당국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