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법원에 쿡 연준 이사 '해임 승인' 긴급 요청

2025.09.19
트럼프 행정부, 대법원에 쿡 연준 이사 해임 승인 긴급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해임을 승인해 달라며 연방대법원에 긴급 요청을 제출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연방 법무부는 하급심 법원이 쿡 이사의 직위 유지를 명령한 판결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켜 줄 것을 대법원에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통보했다. 쿡 이사가 2021년 6~7월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 위치한 두 채의 부동산을 모두 '주 거주지'로 신청해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이런 방식은 임대용이나 별장 등록 시보다 더 유리한 금리와 초기 비용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연방정부를 대변하는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대법원 제출 서류에서 "대통령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정보를 기재한 인물이 국민의 금리 수준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준 이사회는 미국 경제에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윤리적 문제가 있는 인물이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쿡 이사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직무를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법률 대리인인 애비 로웰 변호사도 "상원 승인을 받은 연준 이사로서 계속 책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쿡 이사 측은 대법원이 해임 요청을 받아들이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손상되고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정 공방에서 쿡 이사는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지난 9일 지아 콥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연준 이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임이 가능하다"며 "쿡 이사에게는 재직 중 불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번 해임 시도가 쿡 이사의 적법절차 권리를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역시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의 해임 요구를 2대 1로 기각했다.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쿡 이사에게 혐의에 대해 정식으로 해명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흥미롭게도 AP통신이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쿡 이사는 2021년 5월 대출 견적서에서 애틀랜타 콘도를 '휴가용 주택'으로 표시했고, 보안 심사 서류에는 '제2의 주택'이라고 기재했다. 이는 트럼프 측의 사기 주장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현재 쿡 이사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형사 기소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은 현재 6대3으로 보수 우위에 있다. 이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임명한 대법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연방노동관계위원회, 연방거래위원회 등 독립기관 수장들을 해임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준에 대해서는 다른 연방기관과 달리 '정당한 사유 없는 해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쿡 이사는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돼 연준 이사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지난 16~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AP통신은 "7인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를 개편하고 중앙은행으로서 연준의 독립성에 타격을 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시도"라며 "112년 연준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현직 이사를 해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