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사위 '조희대 청문회' 의결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어

2025.09.23
민주당 법사위 조희대 청문회 의결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도로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모두 해당 사안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여당 내부에서 강경파의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 상의는 되지 않았고 법사위 차원에서 의결이 된 것으로 사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향엽 대변인 역시 부산에서 "사전에 당 지도부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며 "법사위원들이 합의해서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진행 중 예고 없이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상정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표결로 가결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채택됐다.

당내에서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법사위원들의 독단적 행보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주말까지 사법부 입장을 기다려보겠다고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청문회를 의결해 법사위원장이 주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에게 공을 넘기며 완급 조절 의지를 보인 바 있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3일에도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이성윤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탄핵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며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하고 우리는 국민 요구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하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라고 단언했다.

김용민 법사위 간사는 BBS 라디오에서 "국회법에 특정 사안 질문을 위해 대법원장을 부를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라 국회법 이행"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5월 14일에 한 번 실시했던 청문회를 다시 이어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 지도부는 법사위의 결정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저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 대변인은 "이미 법사위에서 청문회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원내대변인도 "상임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 지도부가 하라, 하지 말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그대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이 법사위원들의 독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 위원장을 포함해 김용민, 서영교 의원 등 다수의 법사위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며 25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청문회가 열리면 2025년 9월 30일은 대한민국 삼권분립 사망일이자 국회 사망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도 "민주당이 사법부 장악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편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청회부터 시작해 처리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추석 연휴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