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미국의 3천500억 달러 규모 투자 제안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었다"며 "만약 모든 조건을 수락했다면 탄핵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타임지가 18일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타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협상 과정을 회상하며 "미국 측 협상단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안을 둘러싼 미국 측의 엄격한 요구사항들이 쏟아졌다고 전하면서,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효과적인 소통과 협상을 통해 지지율 상승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비록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상당한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후세에 남을 업적에 대한 강한 갈망을 공유한다"며 "또한 둘 다 일반적이지 않은 인생을 걸어왔다"고 공통분모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외견상 예측하기 힘들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성과를 중시하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라며 "실패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결과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논리적 판단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100일간의 주요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 환경을 안정화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과거의 일로 만들 만큼 신속하게 대응해왔다고 평가했다.
외교 방향성과 관련해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한국을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과거 민주당은 중국에 상대적으로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구 식민지배국 일본에는 비판적 입장을, 미국과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유지해왔다"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도쿄를 선택한 뒤 워싱턴을 찾았으며, 17년 만에 일본 총리와 양국 간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파트너십 강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원칙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하고 있다"면서도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경제적·인적 연결고리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며 "적정한 범위에서 양국 관계를 운영해나가야 하며, 서구권도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 불참에 대해서는 "중국 측에서 내 참석을 기대했던 것 같지만 더 이상 문제 삼지는 않았다"며 웃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 등을 포함시켜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문제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며 "여론 분열을 예상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치문화는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되어 있어서 내 호흡마저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며 "이런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내 임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