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금강산을 연결한 관광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22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20년 만에 이뤄진 두 인사의 만남에서 정 장관은 "원산갈마지구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금강산과의 연계 관광이 현실적"이라며 "그런 날이 조속히 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 역시 "북측에서 원산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는데, 저희도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관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 막힌 후에도 몇 차례 행사차 방문했는데, 북측에서도 (관광 중단을) 매우 아쉬워하며 조기 재개를 바라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 측은 남북 관광 재개에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사항도 공개했다. 면담에 참석한 이백훈 현대아산 사장은 "원산의 경우 유람선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해당 선박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무적인 프로그램까지 구상해놓고 있으며, 언제든 시작 가능하도록 상시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현 시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해안선 잠재력을 언급하면서 원산이 주목받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회담 성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다음 달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만남 가능성을 묻자, 정 장관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북한 지도부는 다자회담보다 양자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에서 정 장관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역사적인 소떼 방북을 언급하며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재개 필요성을 역설했다. "선대 회장의 담대한 소떼 방북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던 것처럼, 거의 30년이 지난 현재 그런 통 큰 정신을 계승해야 할 때"라며 "정부 간 막힌 남북관계에서 민간이 다시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여름철이 끝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관광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3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원산갈마 요리축전 2025'가 개막했으며, 앞서 17일에는 미술기념품전시회도 열렸다. 이는 해수욕철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인 볼거리를 제공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가 운영했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7년째 중단된 상태다. 현 회장은 중단 이후에도 고 정몽헌 회장 추모행사 등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으며, 2018년 금강산 관광 20주년 공동행사가 마지막 방북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