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공과대학교 김현우 교수 연구진이 금속 촉매 없이도 빛과 전류를 융합하여 헤테로고리 화합물을 제조하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18일 발표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은 '광자-유도 전기화학'으로 명명되었으며, 신약 개발과 첨단 소재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헤테로고리 화합물은 두 종류 이상의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환형 분자 구조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뛰어난 구조적 유연성과 화학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의 핵심 골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의료용품뿐만 아니라 농업용 화학제품, 첨단 재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효율적인 제조 기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화학 합성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치환 구조를 가진 환형 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제조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현재까지 광에너지나 전기에너지를 개별적으로 또는 병행하여 활용하는 합성 경로가 연구되어 왔으나, 대부분의 경우 값비싼 전이금속 촉매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이금속 촉매 의존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광에너지와 전기에너지라는 접근 가능한 물리적 동력원만을 활용하는 독창적인 합성 체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먼저 광화학 반응을 통해 중간 생성물을 형성시킨 후, 전기화학적 산화 공정을 거쳐 이를 고반응성 화학종으로 변환시켜 본래 반응하기 어려운 물질들과도 효과적인 결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방법론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기존 연구들과 달리 금속 촉매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며, 광화학 반응과 전기화학 반응의 상승작용을 통해 예외적으로 높은 전자 활용 효율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우 교수는 "단일 합성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 다른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화학 반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연구 성과"라고 평가하며, "친환경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 새로운 합성 체계는 다양한 화학 산업 분야의 기초 기술로서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한 이번 성과를 단순히 하나의 고정된 기술로 국한하지 않고, 다른 기술들과의 추가적인 융합을 통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후속 연구의 필요성과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에 8월 13일자로 게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