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의 구주 약 5~6%를 매입하며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협력 관계를 한층 공고히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컬리의 기업 가치는 약 1조원으로 산정됐으며, 네이버는 500억~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지분 확보는 네이버가 컬리의 초기 투자사인 벤처캐피털들로부터 기존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업 제휴 목적의 단순한 투자로 보이며, 경영진 참여나 임원 선출 등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달 초 자사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를 입점시켜 온라인 마켓 서비스 '컬리N마트'를 런칭했다. 오픈 2주 만에 구매고객이 초기 대비 5배 이상 급증하는 등 초기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들의 구매 비중과 거래액이 일반 사용자 대비 압도적으로 높게 집계되고 있다.
양사의 제휴는 네이버에게는 기존 약점이었던 신선제품 영역과 새벽배송 서비스 보완 효과를, 컬리에게는 네이버의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 활용 기회를 제공한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도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스마트스토어 판매업체들에게 새벽배송과 냉장·냉동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망을 강화한 바 있어, 이제 CJ대한통운의 당일·익일 배송과 컬리의 새벽배송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설 수 있는 배송 옵션의 다양화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알리바바 합작사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3파전 구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이번 투자를 단순한 사업 제휴를 넘어선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는 각 분야 충성도 높은 브랜드들과의 '단골 생태계' 구축을 통해 배송 속도의 쿠팡, 가격 경쟁력의 알리에 차별화된 가치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부문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컬리 전면 인수 계획은 없다"면서도 "신선상품을 적시에 품질 좋게 배송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컬리를 협력사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저가나 속도 경쟁보다 고객 충성도와 차별화된 경험 가치 창출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