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메타 커넥트 2025'에서 차세대 스마트안경 라인업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오클리 메타 뱅가드', '레이밴 메타 2세대' 등 총 3종으로, 모두 향상된 AI 기능과 혁신적인 조작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가장 주목받는 신제품은 렌즈에 화면을 내장한 최초의 소비자용 스마트안경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안경은 개인용 초지능 실현을 위한 최적의 디바이스"라며 이 제품을 첫 번째 AI 안경이라고 소개했다. 이 안경은 오른쪽 렌즈의 고해상도 화면을 통해 내비게이션, 메시지 확인, 실시간 통역, 화상통화 등을 스마트폰 없이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메타 뉴럴 밴드'가 핵심 혁신으로 꼽힌다. 이 손목 착용 기기는 근전도 신호를 활용해 미세한 손가락 동작만으로도 안경을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엄지와 검지를 모으거나 손목을 돌리는 것만으로 음량 조절이나 메뉴 탐색이 가능하며, 심지어 허공에서 글씨를 쓰면 이를 인식해 문자메시지로 변환하기도 한다.

운동 애호가들을 위한 '오클리 메타 뱅가드'도 함께 발표됐다. 이 제품은 얼굴 전면을 감싸는 랩어라운드 디자인으로 격한 스포츠 활동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122도 초광각 카메라와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했으며, 최대 9시간 사용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로 마라톤을 두 번 완주해도 충분하다고 저커버그 CEO는 자신했다. 499달러 가격으로 10월 21일 출시 예정이다.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레이밴 메타 2세대'는 배터리 지속시간을 두 배 늘려 8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3K 울트라 HD 촬영을 지원하며, 소음 환경에서도 대화 상대의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하는 '컨버세이션 포커스' 기능이 추가됐다. 379달러부터 판매된다.

저커버그 CEO는 손목에서 감지되는 전기 신호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신경 기술을 강조하며, 실제 움직임뿐 아니라 움직이려는 생각만으로도 명령 입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게 69그램의 뉴럴 밴드는 18시간 배터리 수명과 방수 기능을 갖춰 일상 사용에 최적화했다.

하드웨어 외에도 메타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새로운 '호라이즌 엔진'은 그래픽 성능을 4배 향상시키고 동시 접속자를 기존 20명에서 100명으로 5배 확대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개발 도구 '호라이즌 스튜디오'와 몰입형 콘텐츠 플랫폼 '호라이즌 TV'도 함께 공개해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과 소비 환경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시연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식 스테이크 소스 제조법을 묻는 질문에 AI가 응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영상통화 연결도 여러 차례 실패했다. 저커버그 CEO는 "수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했는데 정작 와이파이가 발목을 잡았다"며 당황스러운 상황을 유머로 넘겼지만, 아직 기술 완성도에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799달러 가격으로 30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내년 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