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가 최고경영진 40여명을 소집해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AI 기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직원 구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임직원 안전 관리를 각별히 당부했다.
LG는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중장기 경영 방향을 점검하는 최고경영진 회의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모임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책임자들과 각 회사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을 담당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구 대표이사는 회의에서 "중국 라이벌들이 우리보다 자금과 인적 자원을 3~4배 많이 쏟아붓고 있다"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우위 확보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선택과 집중, 승리하는 연구개발, 체질적 수익 구조 전환 등 세 가지 핵심 과제를 다뤄왔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LG의 주력 사업군인 전자제품, 화학소재,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가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 우위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매출 압박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영역을 중국에 내준 뒤 OLED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맹추격을 받으며 2분기 11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에서 중국발 저가 공급 과잉으로 일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경영진들은 불안정한 사업 환경 속에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 경쟁력 확보를 위해 AX 전략 추진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앞장서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빠른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특히 구 대표이사는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대규모 구금 사태를 언급하며 "직장은 가정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최고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의 안전을 더욱 세심하게 돌봐달라"고 주문했다. 구 대표이사는 해당 사건 발생 즉시 핵심 경영진과 수시로 소통하며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