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52개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약관 심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5가지 유형의 불공정조항을 적발하고 시정 완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2018년 75.1%에서 2024년 85.5%로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같은 기간 75.9%에서 70.9%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이 1440건에 달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장 광범위하게 적발된 문제는 감염사고에 대한 사업장 면책조항으로, 52곳 중 37곳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전염성 질환 발생 시 귀책사유가 없다"거나 "객관적 증거로 과실이 확실히 입증될 때만 배상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앞으로는 산모가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등 기본 서류만 제출하면 업체가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계약 취소 및 중도해지 관련 불합리한 조항도 33개 업체에서 시정됐다. 입실 90일 전 해지에도 예약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거나, 정해진 최소 이용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아예 환불해주지 않는 등의 규정이 개선 대상이었다. 이제는 실제 이용일수와 잔여기간, 귀책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 적용된다.
온라인 이용후기 작성을 제한하고 부정적 평가 시 계약금의 30%를 위약금으로 청구하는 조항도 7개 업체에서 완전 삭제됐다. 공정위는 "후기 정보가 소비자의 선택권 행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만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출산일 변경으로 임시 병실을 이용한 경우의 차액 정산 거부(25개소), 산모 소지품 분실에 대한 무조건적 면책(36개소) 등도 모두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난 7월 한국산후조리원협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으며, 향후 시정된 약관의 실제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규모 업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해 이번 개선사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결혼준비업체에 이어 이번 조치는 생애주기별 소비자보호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며 "합리적 환불체계 구축과 감염사고 책임 명확화, 후기작성 자유 보장 등을 통해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 증진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