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해외거점 확장 가속화…미국 서부·동유럽 중심 신흥금융허브 공략 강화

2025.09.24
국내 은행권 해외거점 확장 가속화…미국 서부·동유럽 중심 신흥금융허브 공략 강화

국내 금융권이 변화하는 세계 금융지형에 발맞춰 해외 진출 전략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중심지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들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점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신규 거점 설치로 동 은행은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체코와 더불어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망을 완성하게 되었다. 향후 런던 총괄지점과 독일 현지법인 등 기존 시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부 유럽권 사업을 적극 전개할 예정이다.

브로츠와프가 위치한 폴란드는 중부 및 서부 유럽 간 경제·운송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4천만 명 규모의 소비시장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사업하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거점으로 주목받으면서 외환업무, 소매금융, 기업여신 등 종합 금융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도시에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관련 우리 기업들이 집중 진출해 있으며, 체코·독일 접경지역의 우수한 운송망과 카토비체 자동차부품 생산단지와의 근접성 등으로 인해 현지 금융서비스 요구가 풍부한 상황이다. 또한 수도 바르샤바와의 연결성도 양호해 건설·국방산업 분야 업체들과의 거래 토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 22일 폴란드 최대 민간은행인 PKO뱅크폴스키와 사업확장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해외점포 상호지원, 투자금융 협력, 무역결제, 외환거래 서비스 지원 등을 포함한 이번 협정을 통해 양측은 다양한 국제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금융중심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이나 홍콩, 도쿄 같은 기존 글로벌 금융허브들의 위상이 흔들리는 반면 미국 서남부 등 특화형 신흥중심지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기존 허브들은 정치·사회 환경 변화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상실했다. 런던은 2016년 브렉시트 이후 EU 금융시장 접근성이 악화되면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으며, EY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영국 대형 금융기관의 44%가 일부 기능을 EU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24%보다 1.8배 증가한 수치다. 홍콩은 중국의 보안법 시행과 팬데믹 대응 여파로, 일본은 거시경제 성과 부진으로 각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특정 영역에 특화된 신흥 거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LA는 IT·첨단산업 발달과 인재 집적을 토대로 벤처투자와 핀테크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지속가능금융 분야의 중심지로, UAE 두바이는 국가 주도하에 중동 금융허브로 각각 자리잡았다.

국내 다른 주요 은행들도 해외거점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국에서도 기존 동부 중심에서 서남부로 영역을 넓혀 지난달 LA에 22년 만에 지점을 개설했으며, 다음달 인도 지점 개소도 예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를 '제2 본국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하에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과 인도네시아 KB뱅크를 핵심축으로 현지 기업여신과 디지털 금융기반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역별 분산과 기능별 전문화를 통해 각 거점이 역할을 분담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지난 8월 미국 오스틴 지점을 열고 남부권 진출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방산수출 확대에 맞춰 폴란드 거점 마련과 동남아성장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통 금융중심지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신흥거점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어 양쪽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정책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전문직 H-1B 비자 신청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현지 거래처에 대한 파급효과를 우려해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