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담보대출 위주의 전통적 운영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면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한국 경제가 정체와 재도약의 분기점에 서 있는 상황에서 금융이 성장동력을 이끄는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금융·금융업계·자본시장의 3대 분야 혁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오는 12월 출범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금융권 자금 75조원으로 구성된 이 펀드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미래차, 방산 등 전략기술 분야와 관련 생태계에 맞춤형 자본을 제공한다. 산업별로는 AI에 30조원, 반도체에 20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며, 중소·중견기업에도 연간 10조원 이상을 지원한다. 동시에 부동산 금융의 공적 보증은 축소하고 기술금융 강화를 통해 벤처생태계 육성에 집중한다.
금융회사 부문에서는 은행과 보험사의 자본 규제를 전면 재조정한다. 부동산으로의 자금 편중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한다. 반대로 주식 보유의 위험가중치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400%에서 250%로 하향 조정하되, 3년 미만 단기매매나 벤처캐피탈 투자 등 예외 상황에서만 400%를 유지한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이 31조6000억원 감소하여 기업대출 여력이 최대 73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권에 대해서는 지급여력제도(K-ICS) 관련 규제를 합리화한다. 현재 실질 위험보다 과도하게 산출되고 있는 비상장주식이나 정책프로그램 지원 펀드의 위험계수를 개선하여 투자 유인을 높인다. 또한 자산-부채 현금흐름 매칭 조정을 통해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자본시장 고도화 방안으로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토큰증권(STO) 등 혁신기업을 위한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도입한다. 대형 증권사에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허용과 함께 모험자본 공급을 의무화하여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한다. 아울러 일반주주 권익 강화와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금융위는 산업 내 파급효과가 큰 메가프로젝트를 발굴하여 규제·세제·재정·금융·인력양성 등 통합형 해결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권 투자 담당자, 산업계 대표, 관련 부처와의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주식·펀드 위험가중치 관련 은행업 감독 세칙 개정은 내년 1분기 중 시행되며, 보험업권 자본 규제 개선안은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과 사업을 정확히 선별하고 리스크를 평가하는 금융의 안목"이라며 "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러한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