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구소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 바다얼음의 급속한 해체가 해양 생태계의 탄소 저장 메커니즘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의 유기 물질이 대양 깊은 곳으로 침강하여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분리시키는 생태학적 과정인 생물펌프 시스템의 교란을 다룬다.
연구 분석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지구 기후변동으로 인해 북극 바다얼음의 파괴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얼음층에 거주하던 광합성 미생물들이 바다로 낙하하여 대양 심층부로 침몰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이들 미생물의 영양원인 무기염류 공급 패턴도 달라져 생산 규모와 침몰 지속 기간에 변동이 발생했다. 무기염류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생산과 침강 과정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나, 영양분이 결핍된 상황에서는 침강 규모가 축소되는 패턴을 나타냈다.
바다얼음 내 미세조류는 얼음 구조 안쪽과 하부에 서식하는 광합성 미생물군으로, 얼음이 융해될 때 해수로 유입되어 해양 동물성 플랑크톤, 어종, 해저 서식 생물들의 영양원 역할을 담당하며 생물학적 펌프를 통한 탄소 격리 작용에 기여한다. 이러한 미세조류군은 북극 해역 전체 기초 생산자의 6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극지연구소의 양은진 연구원과 캐서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쇄빙선 아라온호를 통해 2017년부터 6년에 걸쳐 동시베리아 해역과 추크치 바다에서 수집한 장기간의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기후 변동이 생물학적 펌프 시스템에 미치는 효과를 밝혀냈다.
연구 책임자인 양은진 박사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북극 해역의 얼음 감소는 단순한 빙하 소실을 넘어서서, 북극 해양생태계의 먹이 체계와 탄소 순환 체계 전체에 근본적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바다얼음 파괴로 유발된 조기 침강과 영양염 공급 축소에 따른 침강량 변화가 궁극적으로 심해로 저장되는 탄소량을 감소시켜 지구 온난화 진행을 가속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는 북극해 환경과 장기 모니터링 목적에 특화하여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해양계류시스템에 장착된 침전물 수집 장치를 활용하여 바다얼음 미세조류의 침강 현상을 연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이전에도 북극해의 온도와 염도 상승을 특징으로 하는 '대서양화' 현상이 태평양 방향의 서북극 해역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규명하는 연구에서 활용된 바 있다.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 사업인 '북극해 온난화-해양생태계 변화 감시 및 미래 전망 연구'의 일부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호소학 및 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에 게재되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해는 근래 해상 교통로와 자원 보고로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 기후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북극 생태계의 변화상을 장기적이고 정밀하게 추적하는 작업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인류의 미래를 보호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