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기술주를 능가하는 주가 상승을 기록한 방위 산업 분야가 장기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지속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국제 안보 환경 변화가 각국의 국방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방산업계가 지속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방산 투자 세미나를 진행하며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현태 글로벌퀀트운용부 책임과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이 발표를 담당한 이날 행사에서는 방산 관련 펀드 현황과 전망이 집중 조명됐다.
김현태 책임은 현대 전장에서 미사일 차단 시스템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미국의 골든 돔 계획을 핵심 사례로 제시했다. 특히 골든 돔은 약 8천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인 미국식 미사일 차단 체계로, 우주 기반 요격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지상 레이더 탐지 방식과 달리 인공위성 레이더로 미사일을 발사 즉시 포착해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김 책임은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위성과 레이저 통신 등 실시간 감시 체계 관련 첨단 기술이 차세대 방공망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로켓랩, 플래닛랩스,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을 꼽았다.
로켓랩은 스페이스X 다음으로 재사용 발사체 상업화에 성공한 소형 로켓 업체로, 2010년대부터 NASA 파트너로 활동해왔다. 최근 미국 골든 돔 계획의 핵심 계약을 수주하며 관심을 끌었고, 올해 주가가 100% 급등했다.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별도 대형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위성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올해 125% 상승했다.
김 책임이 운용하는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는 설정 후 약 2년 반 동안 누적 수익률 13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포트폴리오에는 신성장주부터 록히드 마틴, 보잉, 에어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전통 항공우주 기업까지 고루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특히 유럽 지역 방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속적 안보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작년 약 3550억 달러였던 EU 전체 국방비는 2029년 8712억 달러로 약 145% 증가할 전망이다. 증가율 면에서 미국(14%)이나 중국(40%)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NATO 역시 2035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5%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날 'ACE 유럽방산TOP10' ETF를 신규 상장했다. 유럽 증시 상장 종목 중 방산 매출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즈, 스웨덴 사브, 프랑스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이 있다.
남용수 본부장은 2024년 기준 NATO 방위비 660조원(GDP 대비 2.2%)이 2035년에는 1543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U와 NATO가 '유럽산 무기 구매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유럽 방산업체 매출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본부장은 편입 기업들이 모두 유럽의 방위비 증액과 자국 무기 구매 정책의 직접 수혜자로서 향후 안정적 매출 성장과 함께 첨단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유망하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