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경북 포항과 울산을 잇달아 방문해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현장 순방은 10월 중 예정된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오전 포항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 최고경영진과 만나 업계 현황을 점검했다. 철강 분야는 중국의 과도한 생산, 건설업 침체에 따른 내수 위축, 미국의 50% 수출 관세 부과라는 삼중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철강 수출 공급망 강화 수출보증 상품'을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민간 금융기관이 조성한 기금에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로, 총 4000억원 규모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후에는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로 이동해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 관계자들과 '사업재편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 간 진행되는 논의에 박차를 가해 재편안을 조속히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석화업계의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270만~370만톤 규모의 나프타 크래킹 센터(NCC) 축소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영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IBK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주요 석화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21년 평균 1조원에서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했으며, 지난해에는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출액 역시 2022년 728억달러에서 작년 596억달러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 침체는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여수 도심 상가 공실률이 지난해 2분기 12%에서 올해 2분기 35.1%로 급증하는 등 석화단지 인근 자영업자들의 영업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단지 내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에 머물면서 신규 투자와 유지보수 발주가 줄어 중소 협력업체들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각 기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신속한 설비 효율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통해 산업 재기를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 진행 시 작업자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산단별·기업별 민관협의체를 통해 범부처 차원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산과 여수 석화단지도 차례로 방문해 구체적인 재편 현황을 검토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김 장관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간 노력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10월경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