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보다 험난한 여정에 접어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구성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인력 이탈 우려, 야권의 반대 움직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당초 목표였던 내년 1월 2일 금융감독위원회 출범이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시작으로 금감위 설치법 등 연관 입법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무총리실 소속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되며,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업무는 재경부로 이전된다.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간 일관성 확보와 금융위기 대응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일 여야가 3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는 대신 야권이 정부조직법과 금감위 설치법 처리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여권 내부 반발로 하루 만에 무산되며 거센 파장만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 규명을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조직개편을 하지 않는다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조직법은 천천히 하면 되고, 패스트트랙으로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합의 번복으로 여야 갈등도 심화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를 개최하며 "6시간에 걸쳐 세 차례 협상을 통해 여야 합의를 이뤘는데 하루아침에 뒤집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감위 신설 관련 후속 입법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 정무위와 기재위에서 관련 법안이 의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두 상임위에는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임의자 위원장이 각각 자리하고 있어 진행이 막힌 상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활용해도 상임위 심의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최대 90일, 본회의 부의 후 표결 최대 60일 등 최장 330일이 필요하다.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위해 수정해야 할 법안만 48개에 달하며, 개정 대상 조문도 9천에서 9천8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의 반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구성원들은 개편안이 금융정책과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해치고,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 금감원, 금융위, 금소원 등 4개로 분할된 금융당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정부의 조직개편 확정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나흘째 본원 1층 로비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비대위는 금융노조 등과의 연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조용했던 금융위 직원들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성명서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역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감독 기능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으로 분산되면 중복 규제와 행정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염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가상자산 제도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등 중요한 과제가 산적한데 이런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 혼란은 배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