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도 수출 시장 다각화를 통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선진통상포럼이 24일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대미 수출 감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과 중동, 아세안 등으로의 수출 증가 추세를 주목하며 자연스러운 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예상과 달리 수출 시장 분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처 다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시됐다.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 이후 각국이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기존 협정 개선, 다자간 통상 협력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트럼프 당선 이후 25년간 지지부진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FTA를 전격 타결했고, 인도네시아와도 10년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우리나라의 FTA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FTA 체결국을 상대로 한 수출이 연평균 5.1% 성장해 전체 수출 증가율 4.7%와 FTA 미체결국 대상 수출 증가율 3.7%를 모두 상회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 59개국과 FTA를 맺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GDP 합계는 세계 GDP의 85% 수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사실상 새로운 FTA 체결이 가능한 국가는 멕시코 정도인데, 양자 FTA 추진이 쉽지 않은 만큼 CPTPP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다자 무역 체제로, 2020년 기준 교역 규모가 5조2천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CPTPP 회원국 대상 수출은 2023년 기준 1604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한다.
한편, 지역 차원의 수출 지원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와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은 24일 수원 지역 기업들의 FTA 활용 및 해외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관세 절감 상담부터 탄소국경세 대응, 해외 인증 지원까지 포괄하는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강경식 경기FTA센터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비관세장벽 증가로 수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지원 사업을 연계해 실질적인 수출 활성화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