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발주한 공사 계약에서 하도급 계약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1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체 공개 대상 계약 595건 중 21.8%인 130건이 공개되지 않아 5건 중 1건꼴로 의무를 위반한 셈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원청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공사명과 도급금액 등 하도급 계약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인된 사례들이 시공업체의 통보 지연이나 착오 누락에 의한 것이라며 최근 모두 공개 조치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기간 불법하도급도 8건 적발되었다. 서울 도시기반시설본부와 동부·서부공원여가센터 등 서울시 산하기관 4곳, 광진구청·성북구청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무등록 사업자에 하도급을 위탁하거나 발주처 승낙 없이 하도급을 진행하는 등의 위반 행위가 확인되었다.
특히 지난 7월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아리수본부에서도 불법하도급이 적발되어 주목받고 있다. 해당 현장은 서울아리수본부 산하 강서수도사업소의 남부순환로 송배수관 정비공사로, 남부수도사업소 인명사고 발생 10일 후인 8월 6일 적발되었다. 당시 사망한 70대 배관공은 하도급업체로부터 급여를 받았지만 일용직 근로계약은 원청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밝혀져 위장 계약 의혹이 제기되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대금 연동제 시행 이후 첫 제재 사례를 발표했다. 한일시멘트와 시몬스, 시디즈 등 3개사가 하도급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아 각각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하도급대금 연동제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10% 내에서 합의한 비율 이상 변동할 경우 그 변동분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원재료 가격 급변 시 수급사업자가 거래상 우위에 있는 원사업자에게 직접 대금 조정을 요청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2023년 10월 도입되었다.
공정위는 원재료 비중이 높은 가구 및 레미콘 업종을 중심으로 연동제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의 법 위반 행위를 확인했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포장지 제조위탁에서 포장지가 하도급대금의 60%를 차지하는 계약에서, 시디즈는 스펀지 가공위탁에서 원재료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에서, 시몬스는 침대 프레임 제조위탁에서 목재합판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에서 각각 연동 관련 사항을 서면에 기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현장 조사 이후 수급사업자들과 미연동 합의를 하고 법 위반 상태를 시정한 점을 고려해 과태료를 법정 기준 1000만원에서 절반으로 감경했다. 공정위는 연동제 정착을 위해 모든 하도급 직권 조사에서 연동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서면 기재 누락이나 미연동 합의 강요 등 탈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해식 의원은 "불법하도급은 안전사고로 직결되는 중대 사안으로 단순 행정착오로 볼 수 없다"며 "서울시와 자치구는 하도급 계약을 철저히 공개하고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제도 보완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