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명 끊은 이들 13년 만에 최다…40대 사망원인 처음 1위

2025.09.25
스스로 생명 끊은 이들 13년 만에 최다…40대 사망원인 처음 1위

지난해 고의적 자해로 사망한 이들이 1만4872명에 달해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인구 10만명당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비율도 29.1명으로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25일 공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확인된 결과다.

극단적 선택은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주요 사망요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에서는 1983년 관련 집계 시작 이래 처음으로 극단적 선택이 악성신생물을 제치고 최고 사망원인으로 올라섰다. 40대 전체 사망에서 극단적 선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6.0%로, 악성신생물(24.5%)을 앞질렀다. 2023년에는 악성신생물이 25.9%로 극단적 선택(23.4%)보다 높았으나 순위가 뒤바뀌었다.

연령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30대에서 14.9%, 40대에서 14.7%, 50대에서 12.2%의 증가세를 보였다. 핵심 경제활동 세대인 이들 연령층에서 극단적 선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경제적 압박과 생활고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70대(-8.7%)와 80세 이상(-10.3%)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성별 격차도 두드러졌다. 남성의 극단적 선택 사망률은 41.8명으로 여성(16.6명)의 2.5배에 달했다. 남성의 증가폭(9.1%)이 여성(1.0%)보다 훨씬 컸다. 하루 평균 40.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OECD 회원국 간 연령표준화 극단적 선택 사망률에서 한국은 26.2명으로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이는 OECD 평균(10.8명)의 2.4배를 넘는 수준이며, 2위 리투아니아(18.0명)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는 35만8569명으로 전년보다 6058명(1.7%)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일시 줄었던 사망자 수가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54.1%를 점유해 10년 전 대비 15.3%포인트 늘었다.

사망원인별로는 악성신생물이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사망자의 24.8%가 암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4.3명으로 전년 대비 4.5% 상승했다. 암종별로는 폐암(38.0명), 간암(20.4명), 대장암(19.0명), 췌장암(16.0명), 위암(14.1명) 순으로 높았다.

3대 사망요인인 악성신생물, 심장질환, 폐렴이 전체 사망의 42.6%를 차지했다. 심장질환 사망률은 65.7명, 폐렴 사망률은 59.0명으로 집계됐다.

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성 질환도 급증했다. 치매 사망자는 1만4978명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고, 알츠하이머병 사망률은 23.9명으로 10.3% 증가했다. 여성의 치매 사망률(39.5명)이 남성(19.1명)의 2.1배에 달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40대에서 극단적 선택이 처음으로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경제적 상황과 정신적, 신체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사회가 지난 10여년간 예방 대책을 마련해왔음에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