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소셜벤처 전용 보증으로 185억원 지원...생산적 금융 전환 가속화

2025.09.23
은행권, 소셜벤처 전용 보증으로 185억원 지원...생산적 금융 전환 가속화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본격화하면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보증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우리은행이 23일 기술보증기금과 체결한 '소셜벤처 육성 및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은행업계에서 소셜벤처 분야에 특화된 최초의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협약에 따라 우리은행은 기보에 5억원의 특별출연금을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총 185억원 상당의 자금을 소셜벤처 전용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존 85%였던 보증비율을 100%까지 확대하고, 보증료율도 0.8%포인트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셜벤처기업은 혁신적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기보는 국내 유일의 소셜벤처 판별기관으로서 사회성과 혁신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지원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전국 기보 영업점에서 소셜벤처 판별과 보증 신청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보증서 발급 후 우리은행을 통해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19일 기보와 '기술창업 활성화 및 성장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민은행은 10억원의 보증료 지원금을 출연하여 약 5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기보의 기술보증 요건을 만족하는 창업 7년 이내 중소기업 중 창업생태계 조성기업, 혁신 창업성장 지원대상 기업 등이다.

보증기관을 경유하지 않는 직접적인 기업 협력도 증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10일 웨어러블 로봇업체 엔젤로보틱스와 '로봇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미래전략산업 공동 발굴'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나금융은 로봇산업에 의료 리스, 할부 등의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엔젤로보틱스의 해외진출 시에도 필요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웨어러블 로봇과 연동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산을 위해 전담 조직을 새롭게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직은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부합하여 각 프로젝트 영역별 연구·조사, 정부 투자 유망업체와 밸류체인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심사지원 기능 강화,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산업 분석 전문가 등을 신규 채용해 기업 선별 역량을 높여 전문적인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강조한 '선구안' 확보 의지와 맞닿아 있다. 당시 진 회장은 "금융권이 선구안을 갖추지 못해 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영업만 해왔다"며 "정확한 신용평가와 산업분석 체계를 구축해 선구안을 기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은행 보유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250%로 낮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본규제를 완화하여 은행 자금이 첨단·벤처기업 투자 및 대출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생산적 금융 확대에 발맞추고 있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자산(RWA)이 상향된 만큼 기업금융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