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기술탈취 근절에 한국형 증거개시제 도입·피해구제 기금 조성"

2025.09.25
주병기 공정위원장 "기술탈취 근절에 한국형 증거개시제 도입·피해구제 기금 조성"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유용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과 피해구제 기금 조성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가 수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의 법원 제출 의무화 방안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에서 중소벤처기업 경영진들과 현장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술 유용 피해 현황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는 주 위원장 취임 이후 세 번째로 진행된 릴레이 현장 간담회다.

주 위원장은 "기술 유용이 발생하는 거래관계의 특성상 피해업체는 거래중단 등의 보복 우려 때문에 신고나 법적 대응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도해도 단독으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어려워 손해배상 등 구제를 받기가 매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기업들도 실제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가해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피해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상을 건의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법규 위반으로 획득할 수 있는 수익보다 적발 시 부담해야 할 손실이 훨씬 커져야 한다"며 기술 유용 감시·처벌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기술 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정위는 우선 기술 유용 다발 분야에 대한 직권수사를 확대하는 등 업계에 대한 점검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특히 기술 유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공정위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원에 의무 제출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는 특허와 기술자료 탈취 관련 소송에서 피해 입증 책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지 않고 법원이 선정한 전문가가 현장조사한 결과를 증거로 활용하는 제도다. 기업 간 분쟁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상대방 기업에 기술자료·계약서·내부 문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2024년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등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받은 중소기업의 88.6%가 기술자료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했으나 이중 21%는 해당 자료의 용도조차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 유용 피해를 당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49.6%에 달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부과·징수한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기금을 신설해 융자·소송지원 등 실질적 구제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준비 중인 기술 유용 근절 대책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련할 것"이라며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